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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개조 -청소년당사자연구세미나를 참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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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7-02 14:55 조회3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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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의 북해도의료복지대학에서 진행한 '학교개조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들꽃청소년세상 법인과 청소년자치연구소는 당사자 연구 관련 활동에 여러 해 참여해왔습니다. 이번에는 권예은 청소년이 대표로 한국 학생이 생각하는 학교와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 생활의 전반적인 어려움과 개선과 대안을 발표했습니다. 몇 주간 자신이 느낀 학교의 모습을 돌아보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니?” 라고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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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개선연구' 10년 간의 개요를 정리하며 세미나는 시작되었습니다. 학교개선연구는 학교가 어떻게 변하면 학생들이 그곳에 적응하고, 다니기 쉬울 수 있을지에 대해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로 연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연구를 함께한 한 청소년은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학교를 그만들까' '죽음을 선택할까' '나는 무엇을 할까' 이러한 고민 속에서 학교 개조를 위한 연구는 계속하고자 했으며, 이 연구가 가진 불가사의한 힘을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교개조 청소년 당사자 연구는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삶을 생각해보게 하고, 다른사람과 연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연구 하나하나가 사회와 연결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첫 발표를 맡게 된 권예은 청소년은 올해 19살, 고3 입니다. 예은 청소년은 학교를 ‘내가 사는 그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학교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그 공간은 생각보다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예은 청소년은 고3 이후 더욱 극심하게 실감하게 된 학교 구조, 관계 안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여러 가지 상상과 생각을 하기보다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물 흐르듯 따라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전 학교에 있는 동안 만큼은 대학 말고 다른 목표는 떠오르질 않습니다. 저는 학교 외에 청소년자치연구소라는 청소년활동기관에서 활동을 하며 여러 가지 것들을 접해와서 친구들보다는 덜 한 편입니다. 그곳에서는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상담하거나,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등 마주치게 되는 모든 사건과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의 분위기는 꼭 대학 입시를 위해서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어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많은 경험과 발전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들마저 전부 대학 입시 위주의 활동으로 기획이 되고 있습니다. (권예은 청소년)

학교가 배움, 성장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학습과 점수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 다가오는 것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예은 청소년은 그런데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도 ‘학교’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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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놀고, 교류하면서 얻어지는 것이 많습니다. 학교는 답답하고 꽉 막힌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또 친구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함께 걸어가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와 제 친구들이 진학이라는 학교의 목표보단 자유로운 공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찾은 자신의 꿈을 쫓아 다양한 목표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발표를 종합해보자면 학교라는 공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닌 그 안에 여러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경쟁을 추구하는 속성이 청소년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본 생활단위로 중에 하나로 자리한 만큼,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배우고 관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일본의 청(소)년 공동생활공동체 K2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가족 공동체에서 나오고, 사고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학교를 나와 K2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니 화가 가득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K2 공동체는 그 청년에게 가정도 학교도 아니지만, 마음 편히 무엇인가를 사고하고 함께할 수 있는 교류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청년은 내가 속한 공간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곳을 탈출하는 것도 회복의 타이밍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사고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사고를 너무 많이해서 힘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포기하니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현실의 어려움을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사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해도의료대학에서는 ‘학교는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과거의 학교는 ‘모두 동일하게 개성 없이 복종합시다’라는 타이틀로 마치 로봇형 인간을 만들기 위해 교육하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 생각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이 말하는 학교가 시대착오적인 이유는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교육이지만 여러 부수적인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학교에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점이 없다면 지금 배우는걸 하기 위해 과연 누가 갈까?’

'누군가의 개입없이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활동, 교육이 있는가?'


이러한 사례들에 연구진들은 결국은 학교를 개선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습니다. 학교 특수의 보수성은 보수적인 사람과 문화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혁신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개선이 가능성이 있지만, 개선이 어렵다면 ‘탈학교’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학교가 끝났다면 과연 다음 콘텐츠는 무엇일지, 역설적이게도 학점제도가 없다면 학교에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합니다. 점수보다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긍정적으로 배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활동, 교육이 있다면 학점이 없어도 학교를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맥락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적합자가 사회 적합자라는 공식도 깨졌다는 생각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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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사례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달그락달그락이라는 청소년자치공간에서 모여 각자의 활동으로 지역사회의 변화까지 꿈꾸는 과정들을 안내했습니다. 정책제안, 모니터링과 같은 지역사회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는 경험들이 청소년들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사회 전체가 청소년들 친화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토론하고 제안하며, 그 안에서 이웃들의 지지가 지역사회를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 갔다고 했습니다.  


소그룹 토론과 연구발표에서 청소년, 청년들은 공통으로 ‘마음의 탈출구’라는 키워드를 말했습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힘든 마음이 들 때, 어떤 탈출구를 찾느냐는 물음에 각자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한 청년은 그것이 일기였다고 했으며, 다른 청년은 교복 자율화에 대한 주장과 쟁취 경험이라고 말했고, 학교 탈출을 선택했던 일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예은 청소년은 학교 밖에 달그락과 같은 활동공간이 본인이 숨을 쉴 수 있었던 탈출구였다고도 합니다.


함께 토론하며 예은 청소년은 '어떨 때 가장 즐거운가?'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차분히 말을 꺼냅니다.


"지금의 학교처럼 못하는걸 잘하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좋아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으면 어떨까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것이고, 진로활동으로는 영상,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좋아하는 것들을 학기 중에 자유롭게 채우고 배울 수 있도록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이 있는 공간 어디든 그곳은 그들에게 답답한 공간일 수도, 숨통이 트이는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공간, 관계 안에서 청소년의 생각, 감정, 경험을 듣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과정들로 인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은 행복하고 충분한 공간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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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만난 세미나 공간에서 본인들의 경험을 꺼내놓고 소통하는 자체에서 위로와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일본에서 발표한 한 청년은 한국 청소년의 발표에서 본인들의 연구와 토론과정에서 다른 무언가를 해보기 위한 동기를 얻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문화적, 제도적 차이를 넘어 학교개조, 청소년이 행복하고 안전한 공간 설계를 위한 연구의 과정에 있습니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이경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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